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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1년의 봄을 떠나보내련다. 봄의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이 끝나가는 무렵 우리 부부는 서로 약속한 가까운 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등산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산책보다 조금 더 강도가 있는 산에 가서 걷기 운동이다. 그래서 산 정상에는 안 갔다. 자주 들리는 사찰에서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산신각에 들러 산신님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사찰을 뒤로하는 산으로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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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그리고 아내의 뒷모습

얼마 전에는 진달래꽃도 가득했을듯한 산의 풍경은 이제 푸르고 녹색의 싱싱한 잎사귀들이 나무에서 힘차게 자라나고 있었다. 아내의 모습을 촬영하다가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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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아내 쫓아가기

"여보~ 같이 갑시다~ 난 당신이 옆에 없으면 안 돼~" 라면서 쫓아간다. 아내는 닭살이라면서 이제 콩깍지를 벗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을 한다. 뭐 어찌하겠는가. 그냥 아내가 좋고 사랑스러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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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아내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도란도란 걸어가다가 두릅나무가 보여서 잡아먹을까?라고 물어보려는데 아내가 사라졌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그냥 무심히 가버린 아내를 다시 쫓기 시작하는 사랑에 눈이 먼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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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소나무 사이 먼 풍경을 바라봄

그리 다시 아내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서 잠시 산 풍경을 바라보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멋있다. 아름답다. 그리고 운치가 있다. 그래서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어서 사진을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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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다시 목적지로 이동

어떻게든 아내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남편은 사진을 계속 촬영한다. 내가 직접 만들어준 산행용 녹색 지팡이 2개를 손에 쥔 아내의 모습이 녹색이 가득한 산과 잘 어울린다. 저 녹색 지팡이의 녹색은 녹색 전기테이프로 내가 직접 칭칭 감아서 튼튼하게 만든 이 세상에 하나뿐인 셀프 제작 지팡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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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최종 목적지 시원한 계곡

그리고 소곤소곤 부부끼리 대화를 하면 산의 흙과 그리고 나무 지나가는 나비들과 걷다 보니 부부의 최종 목적지인 시원한 계곡에 도착을 했다. 우리는 여기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려고 계획했었다. 양말을 벗고, 철철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서로 담갔다. 차가웠다. 10초도 못 견디고 난 물에서 발을 꺼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불에 달구어진 쇠를 차가운 물에 담금질하듯이 매우 짧게 발을 물에 넣었다가 뺐다가 하면서 발바닥부터 가슴 그리고 머리까지 열기를 씻어 내렸다.

 

산속-계곡물-발담그기-시원하다-차갑다
산행 - 계곡물에 발 담그기

잠시 정적이 흐르며 우리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멍하게 맑은 물을 바라다본다. 하루하루가 신선하고 새롭다.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는 젊음의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지금의 중년의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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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계곡의 돌탑

나보다는 더 멍하니 계곡물을 바라다보는 아내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와 주위 계곡의 풍경이 남긴 사진을 하나 남긴다. 아내가 안 보인다. 자세히 보면 어둡게 보인다. 너무 자연과 하나가 된듯한 산속 계곡 풍경 사진이다.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가 하나하나 쌓아 올린 어른 키만 한 돌탑이 눈에 뜨인다. 

 

산속-계곡물-옹달샘-맑은-물웅덩이
산행 - 맑은 계곡물

이제 귀가를 해야 할 시간. 아쉬움을 남긴 체 산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나는 시원한 계곡물에 손을 씻고, 간단하게 얼굴과 머리에 물을 적신다. 시원함을 느끼고 아내와 산을 내려갔다. 올라오다가 본 경치가 좋은 곳에서 다시 커피 한잔을 먹으면서 휴식을 계획하고 하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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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하산 중에 휴식 그리고 커피

내려가는 길은 발도 편하고 시원했다. 마지막으로 풍경이 좋은 절벽의 큰 돌에 서로 앉아서 남은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가졌다. 

 

청명한 날씨와 산의 신선함이 쾌적함을 안겨 주듯,  산행을 하는 부부는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사람의 인생도 하루의 생활과 이상이 조화로울 때 건강하고 조용한 기쁨을 얻는 것 같다.